스타베팅 이용후기
작성자 : 스타스타 조회 11 작성일 2023-09-16
시나아스와 스물의 백마족은 라리샤가 챙겨준 나가의 창과 신선한 농작물을 말등에 올린 채,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백마족의 본거지로 향했다.

“다들 무사해야 할 텐데.”

시나아스가 백마족 부족을 걱정했다.

“부족장님을 내가 직접 설득했어야 했어. 마왕성에서 마왕님을 설득할 것이 아니라.”

***

부족장 트레브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백마족의 본거지, 낮은 둔덕이 있지만, 백마족이 달리는데 문제없었다.

오히려, 낮은 둔덕 덕분에 본거지 옆에 흐르는 천의 수위가 올라가더라도 천막이 젖지 않았다.

높지 않으니 무너질 위험도 없었고 내린 비는 미리 파낸 배수로를 통해 천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전투에서 천은 중요한 지형 요소였다.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수중 몬스터가 아닌 이상 천은 진격을 방해했다.

천연의 해자가 되는 셈이고, 활을 주특기로 하는 백마족에게는 요새와 다름없었다.

“부족장님….”

“그래, 다들 전술을 숙지했는가?”

“네. 각오했습니다.”

“….”

전술을 감당할 수 있냐는 질문에 각오가 돌아왔다.

부족장 트레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생각해도 홉고블린을 막기 위해 세운 대책은 너무 위험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좋다. 우리는 반드시 부족을 지킨다. 전사들은 나를 따라라. 고블린을 유인한다.”

부족원은 희망을 품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결의를 잊진 않았다.

점점 짙어지는 둔탁한 검은색.

트레브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던 꽉 뚫린 시야는 고블린이 다가오면서 점점 짙어지는 검은 얼룩을 그대로 그와 그의 부족원에게 보여주었다.

이미 몇 번이나 전투를 치른 전사들조차 점점 밀려드는 압박감에 어깨가 굳었다.

“나아가서 적에게 사격한다. 적을 도발하고 유인한다.”

흐르는 천을 장애물로 삼았다.

본진 안으로 들어오는 입구는 열려있지만 좁았다. 흐르는 천이 입구를 좁혔다.

고블린은 뒤로 빠지는 백마족을 따라 그대로 좁은 입구로 쫓아올 것이다.

남은 모든 발리스타를 좁은 입구를 향해 설치했다.

전선 전체를 감당하기에 부족한 발리스타라도 좁은 입구라면 확실하게 공격을 집중할 수 있다.

“우리는 승리한다.”

트레브의 포효 아래 전사들이 움직였다.

대지를 뒤덮으며 밀려드는 고블린을 향해 달려 나갔다. 고블린 역시 백마족의 투지에 반응했다.

접근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고블린 무리와 트레브의 거리가 점점 좁아졌다.

고블린이 돌격할 만하다고 판단 내릴 거리.

“지금이다.”

백마족이 급히 방향을 틀었다.

말 하체로는 방향을 틀면서 인간의 상체를 비틀어 고블린을 향해 활을 쏘았다.

튕겨 나가는 화살.

하지만, 트레브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도발에 당한 고블린들이 트레브와 전사들을 향해 기괴한 외침을 내지르며 돌진했다. 주변 지형을 보지 않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좋아. 이대로 빠진다.”

트레브가 크게 외쳤다. 작은 작전의 성공이 궁극적인 승리로 이어질 거라고 확신시키듯이 외쳤다.

그의 전술이 먹혀들어 갔다.

이동속도만큼은 고블린보다 탁월했다. 백마족은 달려온 여력을 작은 반원을 그리며 무마시키고 뒤로 달리기 시작했다.

고블린은 급하게 달려들었지만, 백마족을 따라잡지 못했다.

따라잡지 못하자 분노를 터트렸다. 광폭하게 달려들었다.

“발리스타를 준비하라.”

크게 외치는 트레브의 명령에도 고블린은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푸극-.

가장 빠르게 달려들던 고블린이 가장 먼저 쓰러졌다.

푸각-.

가죽을 찢고 근육을 꿰뚫는 괴음이 터져 올랐다.

백마족의 화살을 막아내던 홉고블린의 보호막도 나가의 창을 볼트로 날리는 발리스타를 감당하지 못했다.

“된다. 이대로 좁은 입구 사격을 지속하라.”

발리스타는 연사가 힘든 무기였다.

하지만, 다수 발리스타를 연이어 발사해 연사와 같은 효과를 냈다. 그렇게 운용해도 발리스타에 피로가 누적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어차피 백마족에게도 뒤가 없었다.

“전사들은 접근전을 준비하라.”

첫 번째 교전부터 활약했던 전사들.

발리스타의 사격각을 만들어주며 뒤로 빠졌던 백마족 전사들이 호흡을 가다듬기도 전에 다시 진형을 갖추었다.

일렬로 길게 서서 접근전을 준비했다.

고블린은 수중 몬스터가 아니었다. 어두운 곳과 더러운 곳에서 살며 호흡이 힘든 상황에서도 잘 버티긴 했다.

하지만, 흐르는 천을 가로지르고 젖은 몸에 흙이 달라붙는 상황에서 온전한 전투력을 발휘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넓게 퍼져서 백마족 전사들을 추적하던 고블린들.

흐르는 천으로 좁혀진 입구 근처의 고블린들은 입구 쪽으로 몰려들었지만, 입구와 먼 고블린들은 그냥 천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천을 건너 땅 위로 올랐을 때, 백마족과 마주했다.

“죽어라.”

백마족 족장 트레브가 거구를 일으켰다.

말 뒷다리로 서서, 무거운 말 하체의 무게를 앞발 말발굽에 담았다.

고블린의 머리가 그대로 으깨지는 소리가 혼란 속에 더해졌다.

트레브뿐만 아니라 다른 백마족 전사들 역시 천을 건너오는 고블린들을 상대했다.

흐르는 천 너머 대지를 새까맣게 뒤덮는 고블린들을 억지로 무시하고 바로 눈앞의 고블린에 집중했다.

“크윽. 이런 말도 안 돼.”

하지만, 백마족 족장 트레브는 마냥 눈앞의 적에 집중할 수 없었다.

전체적인 전황을 봐야 했다.

“고블린이 우회를, 우회한다고? 그것도 침착하게?”

트레브의 전술은 고블린의 특성과 성격을 기반으로 했다. 침착하게 우회해서 포위를 완성하는 고블린은 상상하지도 않았다.

트레브가 비틀거렸다.

뒤로 물러났다. 트레브를 보조하던 전사가 트레브가 빠진 빈틈을 채웠다.

족장을 보조하는 전사는 트레브만큼 충격을 받지 않았다. 이미 반쯤 포기했기에 반사적으로 전투를 이었다.

하지만, 트레브는 달랐다.

부족을 포기하지 않았다. 부족원 대부분이 고블린을 막다가 희생되는 상황을 각오했지만, 극히 일부라도 살릴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다.

전사들이 전방에서 막는 동안, 후퇴한 부족의 일부가 마왕의 영역으로 도망쳐 시나아스와 합류한다면 자신의 전략은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방에서 나타난 고블린 무리는 트레브의 전략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전선으로 다가오면서도 광폭화하지 않는 기괴한 고블린은 트레브를 얼어붙게 했다.

“끝났다.”

강건하기만 했던 트레브의 무릎이 비틀거렸다. 평생 광오하게 대지를 박차던 말발굽이 미끄러졌다.

트레브가 무너졌다.

“아버지.”

“윈티. 네가 왜 여기 있는 거냐, 어서 뒤로 빠져라.”

트레브는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그저 약한 딸이 살벌한 전장에 보였기에 튀어나온 반사적인 외침이었다.

“크윽, 아아. 그래.”

하지만, 바로 상황을 깨달았다.

트레브 자신도 윈티도 마지막을 앞뒀다. 죽기 전에 자신을 보려고 다가온 윈티를 탓할 수 없었다.

트레브는 억지로 무릎에 힘을 주었다.

상황에 절망해 무너졌던 네 다리를 다시 세웠다.

“이리 와라.”

고블린과 백마족 전사들이 싸우는 전장으로 윈티가 다가갔다.

트레브가 윈티를 한 손으로 잡아들어 올렸다.

“다리를 가릴 필요 없다.”

윈티의 두꺼운 치마, 약한 살결을 보호하는 용도가 아니었다. 보호라면 치마 아래에 입은 바지로 충분했다.

“치마를 이리 다오.”

윈티의 속박을 깨트렸다. 속박을 증명하던 치마를 길게 찢어 끈으로 만들었다.

트레브 자신의 말등에 태운 윈티의 허리를 묶고 자기 허리에 묶었다.

“전사들이여. 미안하다. 나는 내 딸을 위해 살겠다.”

“크큭, 미안한 것 없습니다. 부족장님. 한 명이라도 살아남는다면 스타베팅 부족의 승리입니다.”

트레브를 보조하며 뒤로 물러난 자리까지 채우던 백마족 전사가 피를 내뱉으며 말했다.

“부족장님이 윈티를 데리고 달리면 고블린들도 그쪽으로 몰릴 테니, 이쪽이 편해집니다. 어서 가세요.”

트레브와 윈티를 알고 있던 또 다른 백마족 전사가 상처 입은 몸으로 내뱉었다.

“크윽.”

트레브가 피눈물을 흘렸다.

이미 절망한 부족원들이 보여주는 배려에 말을 잇지 못했다.

‘배려보다는 절망 속에서 자신을 미화하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지만.’

부족원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면, 부족원의 가족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부족원을 두고 고블린을 돌파하려는 트레브와 윈티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자신을 구하라고 자신의 가족을 구하라고 울부짖으며 매달렸을 것이다. 버리고 가는 트레브를 향해 원망을 토해냈을 것이다.

대지를 까마득하게 뒤덮은 고블린들.

절대 희망을 품을 수 없는 상황이 백마족 부족원들을 명예롭게 만들었다.

돌파하는 것보다 여기서 싸우는 것이 일분일초라도 더 살아남을 것이라는 부질없는 예상이, 자신을 부족장이 탈출할 시간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거는 명예로운 자로 치장할 여유를 주었다.

“나는 너희들을 기억하겠다.”

미화 혹은 현실 회피이든 상관없었다. 죽을 자가 명예 하나 움켜쥐고 죽는다고 누가 비하할 것인가.

“가자.”

짧게 내뱉은 트레브의 말을 신호로 트레브의 등에 탄 윈티가 꽉 붙잡았다.

***

광활한 대지를 질주하던 근육이 트레브의 거구를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고블린은 드러난 말 하체의 배 쪽을 노릴 수 없었다. 단검을 잡고 길게 내밀기도 전에 트레브의 말발굽이 고블린의 어깨를 뭉개버렸다.

“꽉 잡아라.”

“네.”

트레브의 말 하체 무게 중심이 앞발로 쏠렸다. 말 앞발을 축으로 삼고 말 뒷다리를 공중으로 띄웠다.

사악하게 키득거리던 고블린도 이 순간만큼은 공포에 질렸다.

공중에 떠오른 말 뒷다리 근육이 압축하기 무섭게 순간적으로 뻗어졌다.

대지를 박차던 힘이 고블린의 가슴에 박혀 들었다. 말 다리에 차인 고블린뿐만 아니라 튕겨 나오는 고블린에 부딪힌 고블린도 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끊어졌다.

“괜찮아?”

“네, 아버지.”

트레브는 호흡을 가다듬기 힘들면서도 윈티에게 물었다.

윈티 역시 힘을 모아 대답했다. 트레브의 격렬한 움직임은 말 등에 탄 윈티에게도 지독한 충격을 가했다.

트레브와 윈티를 연결한 치마로 만든 줄이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아버지 동쪽.”

“동쪽?”

“동쪽이 이상해요.”

트레브는 다시 한번 다가오는 고블린을 짓밟으면서 동쪽을 살폈다.

여전히 완성되어 밀려드는 고블린의 포위망.

이미 냉정하게 포위해오는 고블린 자체가 이상했지만, 트레브는 반사적으로 동쪽을 파악하려 했다.

“설마.”

포위망의 동쪽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다.

트레브조차 의식하고 살피지 않았다면 발견할 수 없는 작은 소란.

“앞쪽이 아니라 뒤쪽. 지원군이에요. 분명 지원군이에요.”

확신하며 외치는 윈티.

트레브는 몸을 떨었다. 그는 근접 전투에 집중하면서도 전체 전황 파악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체 전황 파악에 더 치중했다. 빠져나갈 기회를 붙잡기 위함이었다.

“아.”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서린 윈티의 탄성.

“시나아스님.”

트레브는 윈티의 목소리에 왜 안타까움이 서렸는지 알 수 있었다. 시나아스는 강해졌다고 해도 대세를 바꿀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마저 죽을 가능성이 컸다.

“좋아. 길을 뚫겠다.”

하지만, 트레브는 비관적인 생각을 말로 내뱉지 않았다. 대신 미세한 가능성이라도 잡기 위해 몸을 던질 준비를 했다.

동시에 자신보다 먼저 지원군이 시나아스임을 알아차린 윈티에 의문을 가졌다.

‘윈티의 전투 감각이 나보다 뛰어날 가능성.’

트레브는 고개를 흔들었다.

눈앞의 생로에 집중했다.